눈사람을 부수는 사람들.jpg
눈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곧 녹아 사라지고 없어질 존재이다.
생명을 가진 것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며, 애정을 가질 필요조차 없는 존재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굳이 눈을 뭉쳐 사람의 형태로 빚으며 '눈사람(SnowMAN)'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것을 파괴하는 사람에게 분노를 쏟아내는가?
우리는 왜 눈사람 부수는 사람을 보면서 분노하고 소름이 끼치고 손가락질을 하는가?
그것은 일개 무생물 덩어리에게까지 감정을 이입하는 인간의 과도한 공감능력의 유무를 떠나, 창조와 파괴에 들어가는 공력이 얼마나 차이나는지도 판가름하지 못하는 저지능과 공격성, 파괴본능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사람 부수는 사람들은 변명한다.
왜 길거리에 쓰레기 덩어리를 쌓아놓아 보행을 방해하고, 굳이 정성을 들여 만들어 작품인냥 교묘하게 위장을 하는 바람에 치우기도 불편하게 만드느냐고.
내가 이것을 부수는 것이, 환경 미화원이 길거리를 청소하는 것과 다를 게 무어냐고.
사람은 똑같은 사물을 보고서도 다른 것을 느낀다.
깡패가 스님을 보면 사기꾼 땡중 중놈 새끼가 보이고, 스님이 깡패를 보면 타고난 불심이 내재되어 있는 보살님이 보인다.
귀여운 강아지에게 마음의 치유를 받은 경험이 있어 강아지만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웃음이 절로 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릴 적 개한테 물린 트라우마로 인해 개만 보면 치가 떨리고 모조리 패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개라는 사물의 본질은 사실 하나일 뿐인데,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그것은 귀여운 강아지가 될 수도, 지옥견 케르베로스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장담컨대, 어렸을 적 눈사람에게 큰 모욕을 당하거나 해코지를 당한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눈사람을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서 때려 부수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 속에서는, 실은 눈사람이 아니라 자기 내면에 존재하는 '패죽이고 싶은 누군가'를 눈사람에게 대입해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눈사람에 투영하여 주먹을 날린 그 '패죽이고 싶은 대상'은 '미운 친구'일 수도 있고, '전 연인'일 수도 있고, '직장 상사'일 수도 있지만, '비참하고 비루한 인생을 살고 있는 자기 자신'일 가능성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현실에서는 법과 제도에 가로막혀 감히 풀지도, 소리내어 외치지도 못하는 원한과 설움을, 말도 못하고 저항도 하지 못하는 애꿎은 무생물인 얼음 덩어리, 눈사람에게 하찮은 폭력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손쉽게 때려부신 눈사람의 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고 행복해지기를 바랐던 '작가'의 간절한 소망과 의도가 담겨있다.
손쉬운 주먹질과 발길질로 때려부신 것은 눈사람이 아니라, '길가는 행인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싶었던 눈사람 제작자의 마음'과, 오고 가며 그 눈사람을 보면서 '잘 만들었다', '귀엽다', '재미있다'며 깔깔 웃는 여러 행인들의 웃음, 그리고 주먹질을 한 사람의 가슴 속에 남아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던 '자기 자신의 한 줌의 인간성'이다.
저항하지 못하는, '의인화 된 무생물'인 눈사람을 때려부시는 것이, 말 못하는 작은 개나 고양이를 괴롭히고 죽이는 것과 법적으로는 다를 지언정, 감정적으로는 무엇이 크게 다른가?
싸이코패쓰가 달리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란, 인간이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어느 정도의 폭력은 행사하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폭력을 행함에 있어서 '이 폭력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잃는 순간, 인간은 사람됨을 잃고 짐승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당신은,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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