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베 술집에서 취한 재일교포 3세 할아버지의 한탄을 들은 여행 유튜버

일본 고베 술집에서 취한 재일교포 3세 할아버지의 한탄을 들은 여행 유튜버

상황 : 한국인 유튜버가

일본 이자카야에서 술을 마시던 도중,

한국에 관심 많은 젊은 일본인 커플을 만나

한국어, 영어, 일본어를 섞어가면서

대화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국어에 반응한 듯 다가와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쓰며

횡설수설 한국인 유튜버에게 계속

말을 걸려고 시도하는 할아버지가 나타남.

(뒷편에 있는 할아버지가 말을 거셨다.)

일본인 커플 남성 (파란색 자막) : (한국은) 형이랑 동생이랑

짠! 하면 이렇게 돌려 마시죠?

(뒤의 할아버지 말을 못 듣게 말을 계속 걸어줬다.)

일본인 커플 여성 (핑크색 자막) : 신경쓰지 말아요.

(뒤에) 아저씨가 하는 말 신경쓰지 말아요.

노인 (주황색 자막) : 고향 어딥니까?

옆자리에 앉아있던 일본인 커플들이

계속 말을 걸어주며 애써 무시하고 있던 상황.

유튜버의 능숙한 한국어에 반응한 듯,

급기야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이 다가와

어눌한 한국어로 말을 거는 할아버지.

유튜버 (흰색 자막) : 경기도요.

아, 경기도.

한국인인가요?

나는 일본에서 태어났어.

(이해하기 힘든 발음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재일교포 3세라는 뜻 같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거기야 으륭?

경상남도 의령군을 말하고 싶었던 듯 하다.

마산, 마산 위에.

아, 마산 위에?

난 일본에서 태어났어.

아 일본에서 태어난..?

지금의 한국인은

젊은 사람은 싫어.

(기겁한 일본인 여성) 오마이갓..hey hey..

젊은 사람들의 생각이 싫어.

어떤?

무슨 의미야?

나도 모르겠어..

진지하게 들을 필요 없어.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었어.

일본인들이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주제.

그래도 한국은 일본한테 많은 혜택을 받고 있어.

일본 정부가 일관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말도 안되는 소리.

그것을 한국 국민들을 몰라!

(사장님이 데려간다)

싸우는 거 아니야.

이 퍽킹스러운 대화는 뭐야...

가게 사장 (노란색 자막) : 이제 그만하세요.

영어로 무슨 뜻이야?

저 사람 일본인이야? (유튜버는 아직 상황 파악이 잘 안됨.)

나도 모르겠어 근데 뭔가..

3세??

저 사람 말 듣지마..

미안해.

(왜 이 친구들이 사과하는지 ㅠㅠ)

괜찮아 괜찮아.

이게 뭐야.. 깜짝 놀랐어.

놀랬어..죄송합니다, 정말로.

무슨 의미야?

진짜 모르겠어.

(내 기분이 상할까봐 알려주지 않는 것 같다.)

잊어요!

짧은 해프닝으로 다 끝났는 줄 알았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다가온 할아버지

한국에서 태어난 게 다행이야.

북한에서 태어났으면 어떻게 됐겠어?

풍선폭탄이야.

오물풍선폭탄이야!

이제 그만!! 좋게 지내자구요!

(급기야 제지하러 뛰쳐나온 사장) 그런 얘기 하고 싶으면 다른 데로 가!

여기서 하지 말고!

(그러나 할아버지가 하고 싶은 말이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했던 유튜버) 아저씨,

의미가 뭐죠?

나? 나?

76.

76..?

나이 76살.

나이는 상관없어.

할아버지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가요?

나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어.

뿌리는 한국이야(?)

저런 말을 들어서 유감이야.

우리 다른 데로 갈래요?

어차피 중국도 한국도 일본을 이길 수 없어!

(사장 폭발해서 끼어듦)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나라마다 좋은 점이 있으니까요.

계산해 주세요.

저 사람 취한 것 같아.

(사과하러 온 일본인 술집 사장) 미안해.

아아, 괜찮습니다.

얘기한 것 뿐이잖아~

말 한 것에 의해서

상대방이 불편하면 안되는 거죠?

아니, 얘기 하고 싶을 뿐이야.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당신이고

다른 사람한테 말해도 되는 건 아니잖아?

할아버지도 할아버지 나름

괴로웠던 기억이 떠오른 거 같아.

나쁜 기분으로 고베에서 끝내지 않길 바래요.

(고베에서 기분 좋게 마무리 하라고 위로해주는 게 참 고마웠다.)

유튜버 김제법 씨가 일본 여행 도중 고베의 이자카야에서 당한 일 원본 영상

일본 이자카야에서 당한 충격적인 일 김제법

댓글 반응

난 너의 가벼운 무시의 말이 참 마음이 아프다...

물론 저 할아버지가 한 짓은 절대로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예의도 갖추지 못했고, 상대에게 하고자 한 말도 정확히 정리하지 못한 채 중언부언 횡설수설 했으니까.

그러나 나는 늙어지고 자기 주장을 똑바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해서 평생 역사의 피해자로 살았을 불쌍한 노인을 '이해할 필요도 없고 시간이 아까우니 쫓아내면 그만'이라고 가벼이 표현하는 네티즌의 댓글이 왠지 무섭고도 서글프다.

평생을 비국민, 2등 신민으로 차별받으며 살아왔을 저 할아버지의 신세한탄은 혼네(本音)를 숨긴 일본인들의 넉살 좋은 'ㅎㅎㅎ' 다테마에(建前) 웃음과 '이러지 마시라'는 계면쩍은 제지로 인해 70년 넘게 어느 곳에도 닿지 못한 채 가로막혀 왔을 것이다.

그래도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들어나 보려고 했던 한국인 유튜버의 호기심을, 젊은 일본인들이 사람 좋은 웃음과 몸짓으로 은근슬쩍 스리슬쩍 쿠사리 놓으며 끝끝내 가로막아 버렸으니, 저 할아버지의 서글픈 외침과 울분은 앞으로도 영원히,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위로받고 싶었을까.

젊고 잘생기고 대우받는 멋진 한국인에게, 평생을 조센진이라 비웃음 당하며 놀림당해왔을 자신의 설움 어린 통한의 삶을, 얼마나 서럽게 토로하고 싶었을까.

'나는 조센징이라 힘겹게 살았다.

그러나 너는 한국인이라 대접받으며 사는구나.

부럽다, 정말 부럽다.

어느 나라를 가든 한국인이 대우받고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 된 이런 시대에,

대한민국의 젊은이로 태어나 삶을 즐기는

너와, 너의 국적과, 너의 삶이 부럽구나.'

이것이 저 할아버지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가슴 깊은 곳의 말이 아니었을까.

철저히 아자(我者)와 타자(他者)를 구분하여, 타인이라면 끝없이 배척하고 멸시어린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 사회에서, 그는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태생'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누구에게도 동정받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할 서글프고 차별어린 어두운 삶을 살아야 했을 것이다.

저 할아버지의 76년 인생은 대체 얼마나 위축되고 공포스러운 세월이었을까.

끊임없이 인정받기 위해 비굴하게 사회에 빌붙으며 일본에 대한 충성심을 과장스럽게 포장하여 노출하고, 극단적이고 타자를 배척하는 극우파적 발언을 쏟아내지 않으면 생존을 보장받지 못하는 두려운 인생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사회가 개인에게, 이런 삶을 살도록 핍박하고 강요하는 것이 과연 사람된 도리인가?

해당 유튜버에게는 충분히 불쾌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는 사건이며, 스쳐 지나가는 해프닝에 불과한 짧은 에피소드이지만, 멀찍이서 바라보는 나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

남에게 가시돋친 말을 쏟아내는 저 노인의 인생이, 일평생 오롯이 완성된 자아를 가지지 못한 채 타인의 겁박에만 휘둘리며 살아온 결과물일 것이라는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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