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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

어머니께 보내고 싶었지만 끝내 전송하지 못한 소년 학도병의 편지

by lovelykorean 2024. 11. 26.

목차

    어머니께 보내고 싶었지만 끝내 전송하지 못한 소년 학도병의 편지

    포항시 북구 용흥동 탑산에 있는 이우근 학도병의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비', 일명 '이우근 학도병 편지비'.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이우근

    - 1950년 8월 10일, 쾌청 -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입니다. 저는 2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저의 고막을 찢어 놓고 말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제 귓속은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괴뢰군의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니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제 옆에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볕 아래 엎디어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엎디어 이 글을 씁니다. 괴뢰군은 지금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저희들 앞에 도사리고 있는 괴뢰군 수는 너무나 많습니다. 저희들은 겨우 71명뿐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까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제 손으로 빨아 입었습니다. 비눗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어머니가 빨아주시던 백옥 같은 내복과 제가 빨아 입은 그다지 청결하지 못한 내복의 의미를 말입니다. 그런데 어머니, 저는 그 내복을 갈아입으면서, 왜 수의(壽衣)를 문득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저희들을 살려두고 그냥은 물러갈 것 같지가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머니랑 형제들도 다시 한 번 못 만나고 죽을 생각하니, 죽음이 약간 두렵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돌아가겠습니다. 왜 제가 죽습니까, 제가 아니고 제 좌우에 엎디어 있는 학우가 제 대신 죽고 저만 살아가겠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천주님은 저희 어린 학도들을 불쌍히 여기실 것입니다.

     

    어머니,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이 되는군요.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니 곁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웬일인지 문득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그리고 옹달샘의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살아서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이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그럼...


    6.25 전쟁에 참전하여 1950년 8월 11일 포항 전투 중 포항여자중학교(現 포항여자고등학교) 앞 벌판에서 전사한 동성중학교 3학년 이우근 학도병(1934~1950)의 옷 속 수첩에서 발견된 핏자국에 얼룩진 편지.

    당시 고작 17세였던 이우근 학생은 편지를 작성한 시점으로부터 이틀 뒤에 전사하였다.

    영화 '포화 속으로(2010)'의 모티브가 된 실화, 버려진 학도병 71명의 포항여중 방어전

    대한민국이 있는 이유 영반
    제대로 된 군사훈련조차 받지 못한 이 71명의 앳된 소년들이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에 벌벌 떨며 포항에서 버텨낸 처절한 사투의 11시간이 없었다면 낙동강 방어선은 처참하게 무너졌을 것이고, 한반도는 그대로 공산화 적화통일 되었을 것이 자명하다. 영문모를 상황에서 어른들에 의해 억지로 총과 폭탄을 떠안고 명예로운 죽음을 강요받은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자유 민주주의 부강대국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는 역사 속의 국가가 되어 조롱받는 치욕적인 북괴 정권의 역사 교과서 속 한 줄로만 남았을 것이다.
    [히스토리 플레이리스트 ③호국] 6.25전쟁을 모티브로 한 영화 '포화 속으로' 실제 역사, 포항여중 학도병 이야기 국가보훈부
    이 앳된 소년의 그리움과 공포를 꾹꾹 응축하여 담아 어머니에게 닿고자 눌러쓴 편지, 미처 어머니에게 전해지지 못한 피에 젖은 편지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는가?
    '포화 속으로' 실존 인물이 들려주는 포항여중 전투 비하인드 스토리 포항MBC
    그 끔찍했던 살육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자는 살아남은 스스로를 자책하고, 명예롭게 죽은 자를 부러워하고 전우들을 그리워하며 평생을 회한속에서 살아왔다. 인간된 도리가 존재한다면 그들의 희생과 노고를 국가가 앞서서 치하해야 마땅하지 않는가?

    만약 '전쟁도 불사하겠다'면서 자신감 넘치는 주먹을 허공에 흔들어 대며 가볍게 전쟁을 논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자의 입을 사방팔방으로 찢어 발겨라. 그놈이 바로 매국노요, 민족 반역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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